얼마 전 룸에서 일어난 <부산 자전거 2일 토론>에 힘입어 여차여차 자전거를 끌고 왔다.
나는 아빠꺼, 영현이는 친구꺼...
결과적으로 부산은 커녕 비 맞고 한강이나 달렸지만... 뭐 기왕 재밌게 놀았으니 후기는 써봐야지.
집에서 동아리방까지 자전거를 끌구 올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가는데 '권영현'이라는 반갑지 않은 전화가 오길래 받았더니 지금 동아리방에 모여서 디비 자고
다음날 새벽같이 출발하자는 말을 하더라. 내가 '내일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말했지만 막무가내. 놈은 아침엔 분명 그친다고 우겨서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사실 가기 싫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군 말 없이 준비하고 출발했다.
문제는 그날 내가 한 달만에 하체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스쿼트라는 건데... 모르는 사람을 위한 설명.
뭐 이런 운동을 15회 20세트 (15x20 = 300) 한 직후였다. 난 하체운동을 좋아하니까.
하고 나서 다리가 풀려서 장렬하게 무릎도 꿇긴 했지만... 운동이란 건 당일에는 별다른 고통이 없는 법이다.
아무튼,
룸에 왔더니 원욱이형과 진섭이형이 계셨고... 등등등 쫍쫍쫍 짭짭짭 한 일들이 있었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열 두시가 넘어 자려고 누웠는데 영 말똥말똥 잠이 오질 않는거다.
둘이서 뭔가 헛소리를 계속 하기도 했고... 수면제는 정신과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는 약이므로
'어쩔 수 없이' 즐겨찾기를 종이컵에 반 나눠서 원샷. 영현이가 가져온 삼양라면을 뽀글이(이거 처음 먹어보는데 신세계)해 먹었다.
정신은 혼미해져 가는데... 이젠 모기들의 습격. 아... 내가 근데 왜 잠 잔 얘기를 쓰고 있지?? 아무튼 새벽 네 시가 넘어서야
뻘짓(동아리 티를 얼굴에 덮고 자려다가 숨이 막혀서 포기한다거나, 선풍기를 틀어서 바람으로 모기를 날린다거나)을 끝내고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비가 오네 ^^ 6시부터 12시까지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처음엔 부산이 안되면 임진각이라도 다녀오자
어쩌고 했는데 임진각은 개뿔. 그냥 한강이나 산책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한강 하구의 마지막 다리를 찍기로...
공부하는 김태준과 반경모를 만나서 밥도 먹고... 출발.
한남대교에서 흙탕물 한강을 보며 사진을 한 방 찍고
그래도 강북보단 강남이니까 강의 남쪽을 따라 쭉 달렸다. 달리고 달리고
지름이 1미터쯤 되어 뵈는 초대형 버섯도 만나고...
가다 보니 여의도가 나왔다. 음?? 여의도네 하면서 도심으로 올라갔는데
검은 바지가 흙탕물에 레오파드로 변한 내 모습과
똥꼬 사이가 섹시하게 땀으로 젖어서 음탕해 보이는 영현이의 모습이 혹여나 시민들에게 부담스럽진 않을까 하여
너무나 자연스럽게 (원래 거길 목표로 했던 것처럼) 여의도 이마트로 재빨리 직행했다.
난 이마트를 매우 사랑하고 (이마트가 없다면 전원생활 같은 건 전혀 하고싶지 않다)
권영현은 이마트를 처음 오는 촌티를 팍팍 냈다.
그래도 경영학을 배웠으면 계산대 근처에 있는 유도상품을 집는 뻘짓은
하지 않아야 정상인데
이런 족보도 모르는 4,900원짜리 맥주를 덜컥 집어오는 것이다. 으... 잊지않겠다. 이름은 파울라네?? 암튼
우리가 하이네켄 4캔과 이거 2캔을 샀는데... 이거 맛이... 흠... 뭐랄까... 그... 둥지냉면 먹었을 때의 충격과 비슷하달까...
신중히 1분만에 사온 불족발은 한강 마지막 다리에서 뜯기로 하고 잠시 혼란스러운 머리를 가다듬고 출발했다.
...뭘 쓰고 싶은데 아무튼.
난 처음 출발할 때부터 허벅지가 터지기 직전이었고 (스쿼트 15개 20세트 15x20 = 300 이젠 설명하지 않겠다)
옆에 강이 있건 낚시를 하건 뭐 그딴건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한강엔 다리도 오지게 많고...
그렇게 대교대교대교들을 넘어 가다보니 막다른 길이 나왔고 마지막 다리는 행주대교 (맞나?? 신행주대교인가...)임을 확인한 뒤
불족발을 먹기 위해 재빨리 방화대교로 피신했다.
거기서 불족발을 먹었는데... 아 참고로 난 매운 것에 트라우마가 있다(2009년 하계엠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마 비가 왔으면 혀를 내밀고 있었을 텐데... 여차저차 꾸역꾸역 다 먹고. 옆에 편의점에 가서 과자도 사서 또 먹고.
근처 사는 여자친구를 불러서 영현이와 인사...를 시켰지만 매우 후회를 한 뒤 집에 가기 위해 출발했다.
영현이와는 성산대교에서 헤어지기로 했고, 영현이 본인이 방화대교 다음 다리가 성산대교라고 했으므로
우린 다음 다리 앞에서 헤어졌다.
근데 그 다리 이름이 가양대교더라.
성산대교는 그 다음 다리.
ㅋ
암튼 지지고 볶아서 그놈은 잘 들어갔다. 두 시간 걸려서...
내 상태는 남이 죽건 말건 신경쓸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열심히 달렸다. 여의도 근처에선 자전거 도로가 복잡해지므로
선유도 공원이 있는 양화대교에서 도강했는데.
오옷. 이건 자전거 엘리베이터다. 존내 신기하지 않은가???????????????????????이게 막 아무 소리 없이 위로 올라간다
암튼 혼자서 매우 신기해 하며 강을 건너서...
뭐라 딱히 설명하고 싶지 않은 고통의 라이딩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쉬자니 패배하는 것 같고. 페달을 밟자니 정말 허벅지가 뻥!!! 터질 거 같아서
절약운전의 대명사인 탄력주행 (모르는 사람은 면허를 다시 따세요)도 해보고... 앞꿈치 뒷꿈치로도 밟아봤지만
암튼 죽기 바로 직전에 편도 세 시간을 달려서 우리 집에 도착했다.
히야...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여러분도 같이 해요.
원한다면 전날에 스쿼트도 시켜드립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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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47대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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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대 이범희
2011-06-28 00:06:27
좋겟당
42대 이범희
2011-06-28 00:06:55
47대 이현정
2011-06-28 00:10:10
47대 이현정
2011-06-28 00:10:35
저도 고딩때 맨날 뽀글이 해먹었는데 뽀글이는 안성탕면으로해야 맛나는뎈ㅋ
42대 권영현
2011-06-28 01: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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