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아마 전역하기 얼마 전 쯤이었을 것이다.
지하철이나 길에서 동냥하는 분들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한비야씨의 책인가 엘리자베스 퀴블러의 책인가 뭔가 쓰잘데기 없는 문장 한 두 줄에
홀로 감명받고 결정했던 약속이었던 것 같다.
4~5개월정도는 착실하게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부턴가 그 분들을 외면했다.
돈이 한 푼도 없던 날이 있었거나, 만 원짜리만 달랑 가지고 있던 날이 있었던. 아마 그런 날이 이틀 정도 연속으로 찾아와
두어 번 정도 외면하다 보니 스스로 그 다짐을 지워버렸던 것 같다.
지하철 한 칸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어떤 외국인이 천 원짜리를 쥐어줬고, 나머지는 모두 외면했다.
난 주머니 속의 버스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나는 오늘 돈이 없으니까...'하던 기억도 난다.
물론 돈이 있는데 돕지 않은 적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고는 학교에 도착해 "무려 900원 짜리 과자와 150원 짜리 커피"를 마시며
나의 비겁함을 달콤한 설탕의 맛으로 덮어버리려 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오늘 문득, 자다가 눈을 떴는데 내 앞에 박스로 만든 통 (노랑 테이프로 둘러 있던)을 든 걸인이 지나가길래,
오백원 짜리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박스 안이 천원짜리로 채워져 있는 걸 보고 정말 더럽게도 눈치까지 보며
천 원을 넣었다.
그러고 나서도 일 분을 생각했다. '동전은 밑에 깔려서 안 보였던 것 같은데' 라던가, '천 원을 줄 정도로 내가 돈이 많진 않은데' 라는...
이 비겁한 고민들을 언제 떨쳐낼 수 있는 걸까.
이상향은 가까이 있는데, 내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2010.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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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야, 그 사람들. 돈 많이 벌어. 아마 너보다 많이 벌꺼야"
"그런 사람들 치고 진짜 아픈 사람 못 봤지"
"장님이 눈뜨고 돈 세는 걸 보면 다신 돈 주기 싫어질껄"
등등.
나도 바보는 아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가끔,
때만 되면 매우 고상하고 감상적인 척을 하면서도
주머니에 든 돈의 액수로만 사람의 인생을 판단하려 한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나보다 돈을 많이 벌어도
절뚝이며, 꾀죄죄한 옷을 걸치고 돈을 버는 인생이
지하철 요금 천 원쯤은 아무렇지 않게 지불하는 내 인생(시급4,500원)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돈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바인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같은 단체에 몇 만원씩 내는 건 고상하고 올바른 지출이며
(가짜일지도 모르는)걸인에게 돈을 주는 건 멍청한 행동인가?
난 여러분의 비겁한 다짐을 듣고 싶다.
(근데 왜 오늘은 반말조일까?? 죄송합니다... 높임말로 자동 번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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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37대 정원욱
2011-06-19 01:32:39
합리화하지 말자고, 못 돕는 걸 진심으로 미안해하자고.
42대 이범희
2011-06-19 02:10:55
42대 권영현
2011-06-19 12:44:14
48대 노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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